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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

‘학범 박승빈 국어학상’을 제정하면서

본 학회에서는 학범 박승빈 선생의 뜻을 기린 ‘학범 박승빈 국어학상’을 제정하여, 한국어의 연구와 발전에 큰 업적을 세운 분과 우수한 학위 논문을 제출한 신진 국어학자를 선정·포상함으로써 국어학 진흥의 디딤돌을 놓고자 합니다.

학범 박승빈 선생은 1880년 근대 개항기에 태어나서 신학문을 접하고 일본 유학을 통해 근대정신을 배웠으며, 개화와 자력갱생을 통해 자주독립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귀국 후 검사로 법조계에 몸을 담았으나 국운이 기울어가는 시기 홀연히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가 되어 동포들을 위해 변론대에 섰습니다.
이후 학범은 계몽가로서 사회현장에서, 교육현장에서, 체육현장에서 열과 성을 다해 국민을 깨우치기 위해 몸소 실천했으며, 민족주의자로서 동포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계명구락부를 창립하여 고전 간행 및 신생활 운동을 펼치는 등 계몽가로서 민족문화 재건과 애국계몽 사업에 앞장섰으며,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물산장려운동을 펼치면서 민족의 경제적 독립을 이루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교육자로서 7년 동안 보성전문학교 교장으로서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활약을 했습니다. 또한 조선체육회 창립에 앞장서고 조선축구협회 초대 회장을 역임하는 등 우리나라 스포츠 발전에도 커다란 기여를 한 체육인이기도 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학범의 우리말글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습니다. 학범은 근대인으로서 언어의 중요성을 가장 명확히 인식한 지식인 중 한 명이었습니다. 우리말글을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독창적인 우리말 문법 체계를 세웠으며, 일반인들이 알기 쉬운 철자법을 만들어 널리 보급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조선어학연구회를 조직하고 기관지 『정음』을 발간하는 등 평생을 우리말글의 연구와 발전에 앞장섰으며, 국어 문법 이론의 집대성이라 불리는 저서 『조선어학』(1935)은 오늘날까지도 후학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진리는 당시에는 손가락질을 당할지언정 영구불변으로 남게 되리라는 신임(信任)만 가지고 나의 연구를 힘잇게 세워나갈 작뎡입니다.” 1928년 학범의 말입니다. 학문에 대한 그의 신념과 열정이 지금 이 순간에도 생생하게 메아리치는 듯합니다.

이 상의 제정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학범의 손녀 박명희 씨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면서 이 상을 통해 법조인, 사회운동가, 교육자, 체육인, 국어연구가로서 학범이 한평생 보여준 애국애족의 열정이 다시금 후대에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2019년 11월 15일
운영위원회 일동